다산 선생께서 극찬한 관음암을 찾아서

  • 진규동 다산기념관 다산교육전문관 박사



  • 하늘은 푸르고 드높은 날 다산선생께서 시문집에서 극찬한 완도의 관음암을 찾았다. 관음암은 완도 상왕봉 644미터 8부 능선 상여바위 밑에 위치하고 있다. 고려시대 때 창건된 사찰로 알려져 있으며 20세기 초반까지 운영돼 오다가 폐사되었다고 한다. 현재 사찰 주변에는 초석 돌보시 석굴불단 기와편 등이 남아 있는 곳으로 완도 향토유적 제3호로 지정되어 있다. 현대판 다산제자라 할 수 있는 향토사학자 청광 양광식 선생께서 자료와 완도군청 안내자를 소개해주셔서 초행길이었으나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지금의 완도는 예전엔 강진현으로 다산 선생께서 금강산에 못지않다고 했던 관음암의 흔적은 없고 바위와 굴만이 그 옛날에 관음암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바위 밑에서 떨어지는 석수는 세세년년 마르지도 넘치지도 않고 한순간도 멈춤없이 속세를 적셔주고 있었다. 멀리 한눈에 들어오는 바다 위에 섬들은 푸른 바다위에 떠있는 구름 같았다. 다산 선생은 다산시문집 제19권 이여홍에게 답함의 글에서 관음암에 대하여 “푸른 바다가 임해있고 뒤로는 솔바람을 지고 있는 완도의 관음굴로 가서 세상의 번거로운 일들을 모두 잊고 겸허한 마음으로 토론하는 것입니다”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다산은 문산 이의재와 조선 최고의 논쟁 중 하나인 고봉 기대승과 퇴계 이황의 사단칠정 논쟁과 관련하여 편지로 서로 논쟁을 하던 중에 나온 글에 이와 같이 관음암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만큼 그곳에 가면 세상만사의 모든 것들이 별것도 아닌 인간들의 부질없는 티끌로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좁쌀집에 살면서도 온 세상을 경영했던 다산 제자1호인 황상도 1863년 4월 13일 이곳 관음암을 유람한 글 가운데 “종유석의 물은 바위의 틈새에서 흘러 나오는데 열 개의 방에서만 사용할 양이다. 또 노인에게 들었다며 관음을 말하되 금강과 서로 비슷하여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 쓰고 있다. 마침 관음암에 올라가니 바위틈새에서 나오는 약수터를 청소하고 있는 분이 있었다. 수고하심에 감사드리며 인사를 나누었는데 완도읍에 살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무병장수와 상황봉을 찾는 등산객들의 건강을 기원하기 위해 시작한 봉사인데 어느덧 28년이 되었단다. 깨끗이 청소후 정한수 떠놓고 기원하는 마음이 이제는 평화롭고 마음을 기쁘게 한단다. 생각해보니 천사가 따로 없었다. 오늘 이곳 관음암에 온 것도 또 하나의 깨달음이 되었다. 갖고 간 물통에 정한수 뜨듯이 담아준 물 한통은 세상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생명수였다. 한순간도 헤아릴 수 없이 바위틈에서 떨어지는 석수는 이제까지 어디서도 보지 못한 귀한 물이었다. 그래서 황상은 그의 글속에서 “장마가 저도 넘치지 않고 비록 가뭄이 들어도 마르지 않는다. 물의 맛과 색깔이 순수하고 깨끗하니 두보가 이른바 맛과 향기가 우유보다 좋다고 하였으나 이것보다 더 좋을 수가 있겠는가”라고 적고 있다. 다산의 유배생활은 경학과 경세학은 물론 산천을 벗 삼아 두루 섭렵하면서 인간과 우주만물의 섭리 속에서 그 고난의 유배생활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관음암의 답사를 통하여 자연 속에서 피폐한 심신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원리라는 것을 다시 깨우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 저작권자(c)강진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리자 news@gjuri.com
    • Facebook Twitter KakaoStory Naver NaverBand

작성자
비밀번호  
제목
내용
자동입력방지 8 + 9 = ? 의 답을 입력해 주세요.
상업성 글이나 욕설등은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1954년, 한국최초의 사회적기업 성이시돌협회-푸른 눈의 돼지신부, 임피제 2018.10.26 金 08:43
2018년 9월 기준, 강진군 전체 인구 36,350명 중 외국인 인구는 456명이다.  베트남을 비롯 중국, 캄보디아, 일본, 필리핀 등 강진군에서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우리의 많은 아이들은 다문화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국적의 어머니를 갖기도 하였다. 많은 외국인들이 한 가정의 주부로 또다른 외국인들은 농촌의 일손을 돕는 노동자로 강진군에..
다산 선생께서 극찬한 관음암을 찾아서 2018.10.17 水 10:44
하늘은 푸르고 드높은 날 다산선생께서 시문집에서 극찬한 완도의 관음암을 찾았다. 관음암은 완도 상왕봉 644미터 8부 능선 상여바위 밑에 위치하고 있다. 고려시대 때 창건된 사찰로 알려져 있으며 20세기 초반까지 운영돼 오다가 폐사되었다고 한다. 현재 사찰 주변에는 초석 돌보시 석굴불단 기와편 등이 남아 있는 곳으로 완도 향토유적 제3호로 지정되어 있다. ..
월출산 정상에 올라서 2018.10.10 水 09:52
다산 선생의 흔적을 찾아 강진 주변의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드디어 9월의  마지막 토요일 월출산 정상 천황봉에 올랐다. 월출산은 한 가수의 영암아리랑으로 널리 알려져 월출산이 영암에 있는 줄 알았는데 천황봉에 오르니 확연히 구분이 된다. 남쪽편이 강진이고 북쪽편이 영암이다. 1988년 20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월출산은 호남정맥의 거대한 암류가 남..
정동진 모래시계와 강진 청자 2018.09.13 木 08:36
​강원도 강릉시 정동진에 가면 모래시계가 있다. 한반도의 지형지세가 서해안 쪽은 대륙붕이 발달하여 완만하고 리아스식 해안선과 작은 섬들이 위치해 있어 풍광이 아름다워 웬지 친근하고 정감이 있다. 동해안은 동해의 푸른 바다가 응어리진 가슴을 탁 트이게 할 수는 있지만 아기자기한 맛은 덜하다. 지금은 정동진이 이미 유명해져 있지만 즈믄 해 (2000년) 이전까..
다산초당, 다산와당 뭐가 중헌디! 2018.09.05 水 09:18
다산초당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맨처음 하는 말이 다산초당이 초가가 아니라 기와라며 다산와당이네라고 한다. 그런데 속을 알고 보면 왜 기와로 했는지 알 수 있다. 속도 모르며 하는 말을 다산선생께서 들으시며 하시는 말씀을 생각해보면 “아서라 와당같은 소리 허지를 마라, 너희들이 그 때를  아느냐. 1958년 그 누구도 와 보지 않던 이곳 나의 흔적..
강진의 구슬, 뭐가 중헌디! 2018.08.23 木 08:37
30년 이상 서울 생활을 하다 강진에 온지 15개월째다. 강진은 남도답사 1번지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역사와 문화와 힐링의 고장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수많은 지방 자치단체들의 자랑거리와 그에 따른 홍보와 홍보 매체의 다양화는 지난날의 명성만으로는 더 이상 자랑거리로 삼을 수가 없다. 이런 차원에서 강진의 아름다운 자랑거리가 뭔지 뭐가 중한가를 ..
생생지락 生生之樂, 생업에 종사하며 삶을 즐기다 2018.07.18 水 11:22
“시골 마을에서 근심하고 탄식하는 소리가 영구히 끊어지도록 하여 살아가는 즐거움(生生之樂)을 이루도록 할 것이다” 세종임금의 통치 철학인 생생지락(生生之樂)을 이른 말이다. 이 말은 본래 서경(書經)에 나오는 말로, 중국 고대왕조인 상(商=은,殷)나라 군주 반경(盤庚)이 “너희 만민(萬民)들로 하여금 생업에 종사하며 즐겁게 살아가게 만들지 않으면, 내가 죽..
왜? 다산은 관에서 성혼을 시키도록 했나! 2018.07.11 水 08:58
우리사회가 저출산 고령화로 심각한 고민에 봉착하고 있다. 합계 출산율이 1.17인 2002년부터 저출산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면서 우리는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알면서도 그냥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런데 이제는 코앞에 닥친 사회적 빅 이슈가 되고 말았다. 1970년대 100만명을 넘던 신생아 수가 줄어들기 시작해 작년에는 35만8000명으로 역대 최저..
강진의 골든트라이앵글 2018.05.16 水 09:59
변화는 새로운 시작의 출발이다. 자라던 고향을 떠나서 생활하고 또 다른 삶의 여정 속에서 새로운 시작은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다. 보고 느끼며 생각하면서 이곳 강진에서의 생활은 나의 속마음을 하나씩 드러내기 시작한다. 특히 강진은 인생 3막의 새로운 무대로 인생 2막에서의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가며 의미를 찾아가는 곳이다. 본인에게 현..
세상에서 가장 팔자 좋은 사람은 누구일까? 2018.05.09 水 10:04
중국에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오복(五福)을 모두 누려 본 사람을 일러 ‘곽자의 팔자’라고 한다. 곽자의(郭子儀687-781)는 중국 당나라 시대 ‘안록산의 난’을 평정하고 그 공로로 ‘분양왕’에 봉해졌으며, 공주며느리를 얻고 ‘상부(尙父)’라는 칭호까지 받은 당나라 최대의 공신이다. 그는 85세까지 살면서 100명이 넘는 손자를 두는 등 인간이 누릴 수 ..
 
처음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