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심이 보리밥

  • 웰빙 식단으로 짜여진 보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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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에서 처음으로 보리밥집을 시작, 어언 30여년 세월을 한곳에서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순심이 보리밥’ 집은 서민들의 친구로서 직장인들에게는 집밥을 제공해주는 곳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오로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이용해 20여가지가 넘는 반찬으로도 유명한 ‘순심이 보리밥’은 어느새 터줏대감으로서 손색없는 맛과 전통을 쌓고 있어 그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집밥같은 정성과 맛, 그리고 한결같음



    “그 시절에 보리밥집이라고는 아무곳도 없었지라. 어찌나 잘 되든지 점심시간이 되면 찾아오는 손님으로 좁은 집이 미어터졌어라”
    고향을 떠나 충남 당진에서 살다 남편이 월남전에서 얻어온 고엽제로 인해 세상을 떠나자 3남매와 함께 이곳 강진 시장통 집에 정착했다. 고향이라고 찾아왔지만 선뜻 할만한 일거리도 찾지 못하던 어려운 시절, 3남매를 키우기 위해 남의집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아지지 않는 살림살이를 위해 원래 음식솜씨가 좋다는 말을 무기로 좁지만 집을 가게 삼아 시작하기에 이른다. 그녀 나이 마흔다섯. 30여년 방한칸, 탁자가 셋인 홀에서 ‘순심이 보리밥’(대표 오가님. 71) 집으로 유명세를 떨치기까지 스토리다. ‘순심이 보리밥’이 지금까지 한곳에서, 한가지 음식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비단 음식 솜씨만은 아니었다. 후한 인심은 물론 집밥같은 정성과 맛, 그리고 한결같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처음 그녀가 음식점을 시작할 당시 강진에는 보리밥집이 한 군데도 없었다. 그녀도 선뜻 보리밥집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해 처음에는 ‘순상이네 분식’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그 위에 조그맣게 ‘보리밥’이라고 적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정작 손님들이 찾는 것은 맛깔스러운 밑반찬과 김치맛을 기본으로 내놓은 매뉴 ‘보리밥’이었다. 한번 김치맛을 본 손님들은 늘 그녀의 반찬맛을 그리워하며 하나 둘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기 시작했다. “누가 보리밥을 먹을까 싶어 분식집으로 시작했는디, 중앙초등학교 선생님들이 김치는 물론 반찬이 맛있다고 날마다 점심을 먹으로 찾아오는거여. 그리고 아예 보리밥집을 하는것이 좋을것 같다고 말해서 그때부터 보리밥만 취급하게 됐지라” 그렇게 탄생한 ‘순심이 보리밥’ 역사는 30여년을 향해 써내려가고 있다. 1991년 당시 자장면 한그릇 값이 3천원, ‘순심이 보리밥’은 1,500원이었다. 따뜻한 집밥 한그릇을 먹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은 입소문을 통해 줄을 설 정도였단다. 그시절 트렌드였을까? 기다려서라도 보리밥을 먹고 갈려고 하는 분위기 탓에 강진에도 어느새 보리밥집이 20여개를 넘을 정도로 늘었났다. 하지만 어느 순간 평정이 되고 ‘순심이 보리밥’ 집은 단골손님이 세월을 같이 하고 있다. 웰빙바람을 탄 시대적 배경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녀만의 후덕한 인심은 물론 지역에서 생산하는 식재료로 만들어 내는 맛깔스러운 반찬맛이 ‘순심이 보리밥’을 지켜준 가장 경쟁력이자 보루였던 것이다. 오 대표는 ‘순심이 보리밥’ 반찬의 기본이 되는 간장과 된장, 고추장을 직접 담궈 사용하고 있다. 음식맛을 좌우하는 것은 기본 양념에서 나온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마늘장아찌, 매실장아찌 등 웬만한 밑반찬은 직접 그녀의 손길을 거쳐 숙성시키는 것을 철칙으로 여겨오며 지금까지 변함없이 지켜오고 있다. 또 변함없이 ‘순심이 보리밥’을 지켜오고 있는 그녀의 생명력은 타고난 부지런함이다. 칼칼한 성격에서 비롯되는 강단이 매일 그녀를 새벽시장으로 내몬다. 그날 음식은 그날 식재료를 구입해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에서다. 제철 나물을 데치고 고소한 참기름과 된장, 고추장으로 무쳐낸다. 나물이 없는 계절에도 나물반찬을 내놓기 위해 사시사철 나물을 말리는 과정을 거친다. 고사리, 고구마순, 무말랭이 등 제철을 지나면 먹을 수 없는 것들을 미리 손질해 두는 것이다. 그녀가 점심식사 한끼만 장사를 하는것도 나름 이유가 있다. 혼자 시장보고 음식을 만들어 손님을 맞이하기가 그리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몸이 아파도 쉴 수가 없다. 날마다 찾아줄 손님들을 위해, 자신이 만든 밥을 먹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서다.

    ◇ 보리밥집 지켜나갈 터



    가난과 배고픔의 상징이 아니라 오늘날 성인병을 예방하는 웰빙식이라는 인식과 함께 당뇨병 개선과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온 보리밥.
     ‘순심이 보리밥’을 먹으면서 건강과 집밥의 로망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마치 오랜 고향집을 찾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는 장점때문에 인근지역에서도 점심시간, 발품을 팔아 일부러 이곳의 식사 한끼를 선택한다. 일주일에 딱 5번. 그것도 점심시간만 먹을 수 있다는 ‘순심이 보리밥’은 예약이 필수다. 반찬 가짓수가 많아 차리는데도 시간이 걸리지만 자리가 넉넉치 않아 돌아가는 손님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1,500원에서 2천원으로, 2천5백원으로~ 그렇게 세월이 가는 동안 보리밥값 1인분 6천원으로 상승했다. 이에 대해 오 대표는 “앞으로는 아무리 물가가 올라도 내가 장사를 하는 동안에는 가격을 안올리고 운영해 나갈 생각이요”라고 말한다.
    반찬 가짓수에 비하면 결코 수지가 맞지 않는 가격이지만 돈만 생각할 수 없는 어떤 것을 더 먼저 생각한다는 오 대표.. 20여가지를 훌쩍 넘는 반찬에 밥을 먹다가 호박·고구마순·토란대·고사리·죽순·가지나물·콩나물·숙주나물·파김치·무나물·겉절이·고추나물·다시마줄기볶음·톳나물·삼채나물·새송이버섯볶음·열무김치·토하젓 등을 큰 그릇에 담고 참기름을 첨가한 뒤, 쓱싹 비벼 먹는 비빔밥은 금상첨화. 먹다가 반찬이 부족하면 물론 리필은 ok. 보리밥집이라고 보리밥만 있는건 아니다. 원하는 손님에게는 따뜻한 쌀밥도 제공되는, 따뜻한 엄마의 밥상이 생각나는 날 찾아가고픈 ‘순심이 보리밥’ 예약문의는 강진읍 동성리 061-434-6490으로 하면 된다.     

     

    ◇오가님 대표 인터뷰

     

    “비록 단품메뉴인 보리밥집이지만 가정집에서 먹는것같은 음식점을 운영하고 싶었습니다. 따뜻한 정을 느끼면서 누구나 푸짐하게 한끼 식사를 하고 갈 수 있도록 가족같은 마음으로 이곳을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30여년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보리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오가님 대표는 운영방침을 이렇게 전했다. 이어 오 대표는 “수년간 잊지 않고 찾아와 반찬을 맛있다고 먹어주는 손님이 있어 행복하고,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모든 식재료를 웰빙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오 대표는 “화려한 음식은 아니지만 정성과 손맛으로 만들어내는 밥상을 먹어주는 손님을 위해 앞으로도 변함없이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오 대표는 “보리밥이 주는 고향의 향수와 건강함을 잃지 않으면서, 내 건강이 허락하는한 이곳을 떠나지 않고 옛 모습을 잃지 않는 보리밥집을 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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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연 vkvkdi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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