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골 터줏대감 <37>-강 진 튀 밥

  • ‘뻥이요’…잊을 수 없는 추억 한 장면



  • ■강진튀밥
    어릴적, ‘뻥이요’와 함께 하얀 뭉개구름이 피어나던 고소한 냄새는, 고막을 찢을 듯한 큰 소리마저 잊게 할 만큼 맛있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지만 뻥튀기의 맛은 여전히 추억 속 주전부리 대명사로 기억된다.
    강진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아직도 ‘뻥이요’를 외치는 ‘강진튀밥’(대표 고옥희)이 그곳에서 옛 정경들을 전해주고 있어 반갑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김 너머로 우수수 쏟아지던 뻥튀기를 튀겨 낸지도 어언 30여년을 넘기고 있는 ‘강진튀밥’.
    그녀가 뻥튀기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농사를 짓기보다는 세 아이를 잘 키우고자 경제성이 있을만한 일을 찾고 있을 때, 우연히 주어졌다. 그때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1989년, 현재 오감통 시장이 들어서기 전, ‘진미땅콩’이라는 가게 주인으로부터 가게를 한번 맡아서 해보지 않겠냐는 권유가 시초가 됐다.
    세 번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지만 선뜻 하겠다고 나선 것은, 그녀가 가진 뚝심과 미래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다. 지금은 4천원을 받고 있는 튀밥 한방 값이 그때 1989년에는 300원 하던 시절이었다.
    처음 해본일인지라 모든 것이 농사일과 달리 낯설었다. 튀밥을 튀기는 온도를 맞춰야 하고, 강정을 만들기 위해 엿 농도와 불 조절 등을 배웠다.
    하지만 1년 남짓 같이 가게를 도와주던 남편이 직장을 다니게 된 뒤, 여자 혼자 무거운 통을 들었다 놨다하며 뻥튀기와 강정을 만든다는 것이 그리 녹록치 않았다. 때로는 덜 말린 곡물을 가져 오는 경우에 뻥튀기가 서로 뒤엉켜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강정을 잘못 만들어 딱딱하거나 부서질 때도 있어 당황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행히 손님들은 맛있다고 격려까지 해줬다. 훗날 생각해보니 당시 인심이 그만큼 순수하고 후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한 덕에 고 대표는 5년 만에 오일장에 자신의 가게를 마련하게 된다. 지금은 가스로 뻥튀기를 튀겨 내지만 그때는 나무로 불을 지펴 일일이 손으로 돌려 열을 가했다고 한다.
    꿈에 그리던 자신의 가게 장옥에서 그녀는 쌀, 옥수수, 콩 등 다양한 곡물을 넣은 까만 쇠통이 뜨거운 열을 받아 ‘뻥이요’를 외칠때까지 모든 작업을 손으로 하는 고생을 했다.
    “먹고 살기 위해 직업으로 시작한 뻥튀기 튀기는 일이 너무도 힘들었지만, 이제는 자부심으로 운영할 만큼 보람도 큽니다”


     

    ■밥 먹을 시간조차 없을 만큼 바빴다
    먹거리가 그리 흔치 않던 30여년 전, 뻥튀기를 튀기기 위해 장날이면 길게 줄을 서던 손님들 곡물통에 번호표를 나눠줄 정도로 성황을 이룬적이 있었다. 명절이라도 돌아올 즈음이면, 새벽부터 저녁까지 식사할 시간조차 없을만큼 분주하게 움직였단다.
    그 무렵, 강진에는 뻥튀기 가게가 두 군데 밖에 없어서 더욱 붐빌 수 밖에 없었다고.
    유난히 재촉하지도 않고 몇시간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뻥튀기가 나오면 누구것이 됐든 한바가지씩 퍼주고 가는 배려와 인심이 있었던 시절이었다. 고 대표는 몇 년전까지만 해도 남창장과 장흥장날 트럭에 뻥튀기 기계를 싣고 가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뻥튀기를 했다.
    하지만 예전처럼 수요가 많지 않아 이제는 그것도 그만두고 가게도 장날만 문을 열 정도로 한산해졌다. 그렇다고 이 일을 그만둘 수도 없다. 그녀가 튀겨내는 뻥튀기와 강정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단골손님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30여년 닦아온 수제로 만들어 낸 강정 솜씨가 선물용으로 선호할 정도로 호응을 받고 있어 새로운 목표도 세웠다. 우리 농산물을 가지고 건강하고 맛깔스러운 강진 전통의 강정을 만들어 내고 싶은 꿈이다. 오감통시장이 현대화사업으로 바뀐 뒤, 진미땅콩은 ‘강진튀밥’이라는 이름으로 현재 자리에 둥지를 틀어 뻥튀기의 장인을 향해 가고 있다. 30년 단골이라는 손님은 “이 집 뻥튀기처럼 옛날 맛 그대로 맛있는 집이 없을 만큼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한다.
    언제까지가 될지 가늠할 수 없지만 전통시장을 지키며 터줏대감에 걸맞는 ‘뻥이요’를 외치는 그녀의 목소리를 계속 듣게 되기를 희망한다.

     

    ■인터뷰-고 옥 희 대표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어떻게든 세 아이를 잘 키워보고자 시작했던 이 일이 이제는 내 삶의 전부가 됐습니다. 앞으로도 전통을 지켜낸다는 자부심으로 잘 튀긴 튀밥을 이용해 맛있는 강정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30여년, 여자의 힘으로 운영해 오기 힘든 뻥튀기 가게를 이끌어 온 고옥희 대표는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이어 고 대표는 “식사를 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호황을 누리게 해줬던 고마움을 갚기 위해 30여년 속에 녹아있는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일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특히 고 대표는 “시장에는 전통이 묻어나는 튀밥 가게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해나갈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고 대표는 “지금까지 세 아이를 남부럽지 않게 길러낼 수 있었던 이 일을 통해 기회가 주어진다면 재능기부는 물론 전통 강정 명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해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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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연 vkvkdi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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