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터줏대감 - 중앙지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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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세월 지역사회와 함께 길을 걸어 더불어 살아오면서 그 존재가치를 보존하며 살아가는 중앙지업사를 터주대감이라는 반열에 올려 본다.
    우리곁에 오래 있었지만 새삼 돌아보는 시각속에 그 의미를 부여해 보는 기회를 가져 보고자 했다./편집자주


    ■20여년 교직, 제자 사랑 여전해
    -지업사 운영으로 생계 짊어져

    “뭐 자랑할 거 있다고 신문에 냅니까?” 한사코 손사래를 치며 할 이야기가 없다던 중앙지업사 박상우(88) 대표를 찾아 지역사회를 지켜가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끌어냈다.
    강진읍 동성리 새마을금고 옆에 자리한 중앙지업사에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각양각색의 벽지와 인테리어 소품이 세월을 담고 전시돼 있었다. 80여년 세월이 겹겹이 쌓여있는 일제 건물양식 중앙지업사는 강진의 지업사 역사를 싣고 46년 시간과 함께 지역사회의 터주대감으로 우뚝 서 있다. 박 대표가 지업사를 운영하기 전, 초등학교 교사였던 그는 당시 20여년의 교직생활을 과감하게 접고 지업사를 운영하게 된다. 6남매 장남이자 9남매 자녀를 둔 박 대표는 동생들과 자녀들을 가르켜야 할 입장에 놓여 있었고 교원 월급으로는 턱없이 모자라는 수입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감행했던 것이다. 그렇게 박 대표가 교직을 그만두고 부모 못지않게 사랑과 정성을 다해 돌봤던 동생들은 인하대 교수, 육군대학교수, 무등도서관장 등을 역임하면서 사회의 중심에서 성공의 위치에 올랐다.
    “교직생활을 하면서 맺어왔던 인맥으로 그 당시 네 군데 밖에 없던 지업사 중 한곳을 운영하면서 관공서와 아파트 일을 도맡아 할 수 있었다”며 “비록 교직생활을 더 이상 잇지 못한 안타까움은 있었지만 동생과 자녀들이 훌륭하게 커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 했던 일도 일생의 큰 보람으로 남는다”며 박 대표는 그 당시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회상했다.
    교직에 이어 지업사 운영에도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바탕에는 박 대표가 20년 교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14년 동안 6학년 담임을 맡았던 것과 상급학교인 광주서중에 가장 많은 학생을 입학시킬 정도로 학생지도에 탁월한 업적을 세웠던 공이 프리미엄으로 작용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한다.
    지금도 박 대표는 경향각지에 흩어져 자기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제자들을 생각할 때 가장 보람 있는 일로 생각한다는 말을 잊지 않고 있을 정도로 교직생활에 보람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
    88세가 된 박 대표의 하루는 늘 책과 함께 하고 있다. 평생 사회단체모임이나 특별한 취미활동을 하지 않고 살아온 박 대표는 지금도 초연히 자신의 일과 책 읽는 일에 빠져 산다.
    “결코 누구에게 보여주기 보다는 그냥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을 묵묵하게 해나갈 뿐이다”고 말하는 박 대표는 평생 책을 사랑하며 살아온 이시대의 인문학자이다. 방대한 독서량은 물론 일어에도 능한 박 대표는 지역에서 일본사람이 방문해 통역이 필요할 때 통역사로 나설 정도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고 있다.
    오롯이 지역사회의 경제발전과 더불어 조용한 길을 함께 걸어온 반세기 동안 박 대표는 자녀 교육은 물론 사회적 기반을 탄탄하게 닦아 터주대감으로서의 유감없는 위치를 선점했다.
    되돌아보면 아득히 느껴지는 그 시절, 46년 전 그때는 해마다 도배를 하는 것이 연례행사였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인테리어 제품이 워낙 다양하고 좋은것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어 해마다 도배를 하는곳이 그렇게 많지가 않다고 한다. 시대적인 변화랄까 격세지감이랄까.
    하지만 박 대표는 여전히 손에서 일을 놓지 않고 지업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것은 곧 자신이 살아온 길을 올곧게 지켜내며 닦아온 세월의 근간이 되고 있으며 젊은사람들의 본보기가 돼 지역사회의 밑걸음이자 힘이 되고 있다.
    전남지향회(지물협회)회장과 새마을금고 이사장, 초대교육위원을 지냈던 박 대표의 요즘 하루는 월간문학지와 각종 도서, 일본책을 곁에 두고 탐독하며 세상과 조우하고 있다. 아무리 내 집에서 내 일을 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지역사회의 중심에는 오랫동안 그 일을 지켜오고 지켜나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 구성이 단단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역발전의 중심에서 변함없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그 자리를 지켜 오고 있는 중앙지업사 박상우 대표야말로 강진의 터줏대감으로서 명분이 당연한지 모른다. 오늘도 변함없이 중앙지업사 창에 비치는 햇살을 바라보며 책을 읽고 있을 박 대표의 자리는 시간이 익어갈수록 곧 터줏대감의 무게도 더해져 갈 것이다.
    벽지와 장판에 대한 문의전화는 강진읍 동성리 330 061-434-4804로 하면 된다./이주연 기자


    ■박상우 대표 인터뷰

     

     


    “20년간의 교직생활을 하는 동안 학생들의 기초학력 신장과 상급학교 진학지도에 전념해 강진교육의 위상을 높이고 사회 각 분야에 유능한 인재를 많이 배출한 것이 가장 큰 보람으로 남아 있습니다. 또한 교직과 전혀 다른 지업사를 46년 간 운영하면서 당시 큰 일들을 많이 맡을 수 있었던 것도 다 지역민들의 도움이 컸기에 가능한 것들이었습니다.”
    20여년의 교직생활을 마감하고 46년 지업사를 운영해 온 박상우 대표는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이어 박 대표는 “지금의 자리에 내가 있을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보다는 아끼는 동생들, 자녀들, 제자들, 지역민들의 힘이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조용한 삶을 살아가고 싶고 또한 잘 되가는 제자들을 바라보며 지역사회발전과 발걸음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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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연 vkvkdi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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