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렵다는 국방부 설득···이젠 뭐든지 잘할 자신

  • 정영지 안전재난교통과 안전정책팀



  • 강도 높은 업무가 다가오면 열심히, 잘하면 되겠지 하고 마음먹지만 처음부터 벽이 느껴지는 업무가 있다. 아직은 공직이 낯설고 덜 익숙한 게 많은 새내기이기 때문이리라. 

    지난 2년여간 진행해 왔던 강진 과학화 예비군 훈련장 진입도로 사업이 그랬다. 사업 진행 도중 업무에 투입됐다. 처음엔 어깨너머로, 다음에 주위를 배웠다. 이어 수많은 회의가 거듭됐다. 하루하루 도전의 연속이었다. 

    군 재정이 열악해 군비를 들이지 않고 국비를 따와 사업을 진행해야 하기에 사실 벅차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국비를 가져오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군수님의 강한 의지와 혜안, 집중력이 가장 큰 자양분이자 발판이었다. 관계부서와 중앙부처를 수없이 다녔다.

    전남도와 기획재정부, 국방부, 보병 제31사단을 방문했다. 기재부는 명성 그대로였고, 국방부는 요지부동이었다. 혀를 내두른다는 표현이 이럴 때 쓰이나 싶었다.

    국방부는 도로 설치에 대한 지원 근거가 없어 ‘불가하다’는 입장을 강하게 고수했다. 기재부 역시 중앙정부 긴축재정 기조로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였다. 결국 2023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했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팔을 걷어 부쳤다. 목표가 분명하니 후퇴는 없다. 오로지 전진이 있을 뿐이다. 

    2023년 들어서도 기재부와 국방부, 해당 군부대의 문턱이 닳도록 다녔다. 군수님의 발걸음은 더 바빠졌고 국회를 방문해 지역구 국회의원과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을 무시로 찾아 뵙고, 예산안을 따기 위해 할 수 있는 온갖 노력을 다했다. 그들도 혀를 내둘렀으리라.

     

    연말이 되면서 2024년 정부의 예산 순기와 국회 예산안 심의 일정이 마무리될 시점에 이르렀다. 속은 타들어 갔지만 강진군의 의지는 더욱 굳세졌다. 나는 더 각오를 다졌다.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과 동시에 나의 첫 업무를 성공해야겠다는 묘한 자존심이 발동됐다. 

    국회 최종 예산안 수정단계까지 다다라 극적으로 ‘강진 과학화 예비군 훈련장 예산 반영’이라는 대어를 낚았다. 군도 그렇지만 나도 뛸 듯이 기뻤다. 공직 특성상 이를 대놓고 누구에게 자랑하고 내세울 게 아닌,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만 말이다. 

    강진군 재정을 생각하는 군수님의 절박함과 직원들의 노력, 군민들의 관심과 성원, 강진군의 노력에 화답한 국회의원들의 협조로 이뤄내 결과였다. 

    사업 특성상 예산을 세우면 계속사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국비 8억2,000만원 확보는 정말 대단한 성과라고 자부한다. 전국 여느 지방자치단체도 이렇게 국비를 따오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쾌거라 해도 손색이 없다. 

     

    강진 과학화 예비군 훈련장은 군 구조 개편과 연계, 대대급의 열악한 훈련장을 대신해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권역별로 과학화된 시설과 장비를 활용한 실질적인 개선 요구에 따라 추진됐다. 이에 따라 관계 당국은 강진 인근 6개 군을 통합한 훈련장을 2025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6개 지자체 예비군들의 연중 집합훈련과 교육은 강진에 많은 경제적 파급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이 강진을 오가며 강진읍내는 물론 명소가 많은 강진 곳곳을 둘러보리라 확신한다.

    예비군 훈련장 조성이 완료되면 교육생 인원이 기존보다 1회당 5배 이상 대폭 늘어난다. 현재 진입도로는 폭이 좁아 출·퇴근 때 양쪽 차량 통행으로 도로가 마비되기 일쑤고 좌·우측에 형성된 주택단지 거주 지역주민들의 생활 불편과 갈등이 있어 훈련장 진입 개선을 위한 우회도로 개설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연말 국회 예산안 통과로 진입도로 개설사업은 우선 국비 8억2,000만원이 2024년 정부 예산에 반영돼 실시설계를 거쳐 올 연말 준공을 목표로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전체 사업비는 30억원이다.

     

    기재부와 국방부를 대상으로 한 예산확보는 그리 쉽지 않고 실제 예산에 반영한 예가 드물다. 하지만 열악한 군 재정을 감안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 국비를 따 왔다. 

    군 역시 이번 도전 성공을 계기로 안전과 국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시설을 제공하고 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각오다.

    이번 국비 확보를 통해 공직자들이 머리를 짜내고 방법을 찾으면 군비를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국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 어렵다는 국방부와 기재부를 설득했다. 이젠 뭐든지 잘할 자신이 생겼다. 스스로 파이팅을 외쳐본다.

  • 저작권자(c)강진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우리신문 news@gjuri.com
    • Facebook Twitter KakaoStory Naver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