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기상으로 / 김남현(시인)


  • 금년은 호랑이 해다. 호랑이는 백수의 왕이다. 맹호가 울면 강산이 진동한다. 호랑이가 산중에서 포효하면 온갖 짐승이 숨을 죽이고 빛을 잃는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이다.
    호랑이는 하루에 천리 길을 간다. 호랑이가 울면 바람을 일으킨다. 그래서 호소풍기(虎嘯風起)라고 옛사람은 말했다. 우리는 호랑이의 3덕(三德)을 배워야 한다. 첫째는 호랑이의 위용(偉容)이다. 호랑이는 위풍(威風)이 당당하고 자세가 늠름하다.
    그는 왕자(王者)의 기상과 영웅의 풍모를 지닌다. 예리한 안광(眼光)으로 사방을 둘러보는 그 형형(炯炯)한 눈동자를 보라. 그래서 옛사람들은 호시탐탐(虎視眈眈)이라고 했다. 태연자약한 걸음걸이로 밀림을 활보하는 그 영용(英勇)한 자태를 보라, 만수(萬獸)를 위압하는 그 얼굴을 보라, 그 무서운 치아를 보라, 그 기다란 수염을 보라, 그 울긋불긋한 거구를 보라, 무서운 경지와 상황을 말할 때 호구(虎口)라고 일컫는다.
    당당한 권위를 가리킬 때 호위(虎威)라고 한다. 호랑이는 굶어도 썩은 고기는 먹지 않는다. 호상(虎相)은 출중(出衆)한 인물의 상(相)이다. 위축(萎縮)과 빈약과 비굴의 옷을 벗어버리고 호랑이의 당당함과 패기와 웅자(雄姿)를 배우자. 둘째는 호랑이의 용의주도(用意周到)한 정신이다. 호랑이는 치밀하고 빈틈이 없다.
    호랑이는 싸움을 할 때 일격지하(一擊之下)에 상대방을 죽여 버린다. 절대로 실수하는 일이 없다. 호랑이는 언제나 날카로운 눈으로 앞을 살피고, 옆을 살피고, 뒤를 살핀다. 시행착오는 호랑이의 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호랑이의 작전 계획에는 빈틈이 없다. 막상막하의 실력을 가진 양웅(兩雄)이 서로 싸울 때 옛 사람은 용호상박(龍虎相搏)이라고 했다.
    용과 호랑이가 서로 치고받은 싸움이다. 우리는 비호(飛虎)와 같다고 한다. 마치 나는 듯이 달려간다. 무슨일이나 적당히 하고, 실수를 범하고, 빈 구석이 많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는 호랑이의 완벽주의를 배워야하고 빈틈이 없는 용의주도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 끝으로 호랑이의 용기다. 호랑이는 용감무쌍의 상징이다.
    적을 타도하기 위하여 바람을 일으키며 산속을 번개처럼 질주하는 호랑이의 용맹을 보라. 180키로그램의 육중한 몸으로 1백 미터를 5초에 달린다. 그것은 전광석화(電光石火)와 같은 신속성이요 질풍노도(疾風怒濤)와 같은 행동이다. 영하 24도의 추위 속에서 사지를 뻗고 잠을 자는 그 무서운 야성, 토끼 한 리를 잡을 때에도 전심전력(全心全力), 일격지하에 끝장을 내는 용전악투(勇戰力鬪)의 정신. 호랑이를 백수의 왕이라고 일컫는 것은 결코 우연한 것이 아니다.
    새해가 밝았다. 저마다 자기의 할 일이 있고, 가야 할 길이 있고, 성취해야 할 목표가 있다. 남이 나의 인생을 살아줄 수 없고 내가 남의 인생을 살아줄 수 없다. 인생은 자립자행(自立自行)이요, 자활자영(自活自營)이다.
    나는 나의 길을 가고, 나는 너의 길을 간다. 나는 나의 힘으로 살아가고, 너는 너의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 어떤 정신 어떤 자세, 어떤 태도, 어떤 철학으로 올해를 살 것이냐, 호랑이의 기상으로 살아라, 호랑이처럼 당당하고 호랑이처럼 용의주도하고, 호랑이처럼 씩씩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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