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계절은 혹한기를 걱정해야 하는 추운 겨울의 길목에 접어들었으나 최근 날씨는 이상하리만큼 옷차림을 가볍게 하는 것 같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려야 하지만 따스한 날씨에 휴일에는 어느 곳에서나 스포츠를 즐기는 동호인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요즘 대세인 테니스 종목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테니스 종목을 처음 접하는 동호인을 일명 테린이라고 표현하는데 어느 테니스 코트를 가더라도 눈에 띄게 증가 추세이고 휴일에는 동호인 대회도 많이 있어 즐겁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의욕이 넘치는 만큼 심각한 부작용도 생기기 마련인데 필자가 12월 9일 테니스 경기장에서 발생한 사례를 들어 보려고한다.
한참 경기가 진행되는 중에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동호인이 갑자기 고목나무 넘어가듯이 코트장에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되었다. 환자는 호흡곤란과 경련이 일어났고 동공은 많이 산대 돼 있는 상태여서 필자는 환자를 앙와위자세로 교정하고 기도확보, 호흡, 맥박 등 생체징후를 관찰하고 바로 심폐소생술 응급처치를 실시하였다.
주변에는 많은 동호인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몰려 들었고 이내 혼잡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가장 가까이 있는 동호인에게 119로 신고하여 구급차를 요청하였고, 체육시설내에 비치되어 있는 AED 즉 자동심장충격기란 의료장비를 가져다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그 소규모 체육시설에는 가장 기본적인 AED가 비치되어 있지 않았다.
순간 필자는 관공서에는 비치되어 있기에 인근 경찰서에서 가져다 줄 것을 재차 요청하여 그 환자는 다행스럽게도 현장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AED 즉 자동심장충격기란 심정지 상황에서 환자에게 패드를 붙이기만 하면 자동으로 환자의 심전도를 판독하여 사용자에게 심장 충격 필요 여부를 알려주고 필요한 경우 전기적 심장충격(제세동)을 시켜주는 의료기기를 말한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7조의 2에 대형체육시설에는 자동심장충격기 의무설치대상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소규모 체육시설에는 의무설치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아 최근 테린이의 증가 추세는 뚜렷하지만 기존에 20년이상 테니스 경기를 즐겨온 50, 60대 베테랑 동호인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감안하다면, 이제는 다수의 사람들이 운집하고 사용한다면 규모와 상관없이 의무설치대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빠르게 응급상황에 대처해서 그 환자는 일반 병실로 옮겨 회복 단계에 이르렀다는 소식을 접하고 필자는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는 마음에 그날 경기에서는 졌지만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