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 출신인 내가 처음으로 강진에 방문한 것은 7살 때였다. 마을 이장님께 간단한 한자를 배우고 있던 나는 강진 관광 지도를 보자마자 아버지께 질문했다. “아빠, 강진 지도 좀 봐요. 사람 인(人)자가 맞지라?” 그 후 나는 강진의 풍경과 맛에 이끌려 이곳에 정착했고 현재 강진군민장학재단(이사장 이승옥) 업무를 맡고 있다.
올해 초, 재단 운영에 대한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았다. 계속해서 하락하던 기준금리가 코로나19 대확산의 영향으로 0.5%까지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장학재단 수입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자 수입이 내년에는 30%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여 장학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12월 10일 기준 올해 모금된 기탁금액이 3억 4천 5백만 원으로 지난해 동일 대비 4천 9백만 원, 약 14%나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활동에 제한이 있는 상황에서도 지역인재 양성에 뜻을 각계각층 기탁자들의 노력 덕분이다.
이러한 성원에 힘입어 강진군민장학재단은 2020년 제3차 이사회를 열어 추가 장학사업으로 ‘관내 중학생 관내고 진학 장학금(이하 진학 장학금)’을 신설하기로 결의했다. 강진의 우수 학생들이 타 시·군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지역 학생들의 전체적인 학력 수준을 향상시켜 관내 고등학교를 지역 명문 학교로 만들고자 하는 모든 군민의 바람 때문이다.
‘진학 장학금’은 관내 4개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성적이 우수한 관내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한다. 기준은 3학년 2학기 성적 상위 10% 이내이며 5% 이내의 학생에게 3백만 원, 6~10%의 학생에게는 2백만 원을 차등 지급한다. 추천자는 관내 9개의 중학교장이며 장학금은 관내 고등학교 재학 중 분할 지급하며, 타 시군의 고등학교로 전학을 갈 경우 장학금 전액을 환수할 계획이다.
혹자는 공부 잘하는 특정 학생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냐며 ‘진학 장학금’을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재단은 새로운 장학금 제도와 연계될 장학사업을 이미 시행 중이다.
첫째는 ‘중·고 성적향상 장학금’으로 중·고등학교 각 학급에서 2학기 성적이 1학기 성적에 대비해 가장 크게 향상된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가르침을 주고 그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의지를 고취시키고 있다.
두 번째는 ‘관내고 으뜸인재육성 장학금’이다. 재단은 성적뿐만 아니라 봉사활동 다수 참여자, 모범 장학생, 효(孝) 사상을 실천하는 선·효행 장학생 등을 각 고등학교장으로부터 추천받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성적향상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 더불어 행복한 지역사회를 이끌 바른 인성을 지닌 지역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장학사업이다. 어린아이의 눈에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사람 인(人)자 모습을 띤 강진의 지형.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그것은 지역 교육 발전과 인재 양성에 대한 군민들의 열정과 재단 임원들의 헌신을 불러일으킨 원천이자 천년의 시간을 관통하는 시대정신이 발현된 것이었음을…
예부터 강진은 후학 양성과 문화 전수에 대한 온 지역민들의 바람과 열망이 가득한 곳이다. 청자 제조 기술을 후세에 전수하고 발전시키고자 노력했던 도공들이 있었고 500여 권의 저서를 집필한 다산 정약용 선생과 선생의 사상을 전파하고 빛나는 업적을 함께 일군 다산학단이 있었다. 그리고 현재 그러한 전통을 이어받아 온 군민들이 힘을 합쳐 2005년에 설립한 강진군민장학재단이 있다. 평온한 나루라는 뜻의 강진(康津). 하지만 인재 육성과 교육 발전에 대한 이곳 지역민들의 노력은 다른 지역에서 살아온 내가 보기에 놀라울 정도로 역동적이다. 천년의 역사를 지닌 군민들의 정신과 의지가 꺾이지 않는 한 강진의 미래는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