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보면 연중 많은 기념일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5월 한 달만 해도 정식적으로 기재된 기념일이 근로자의 날, 어린이의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이 있고, ‘데이 마케팅(Day Marketing)’의 일환으로 달력에 표기는 공식적으로 하지 않지만, 발렌타인데이(2.14), 삼겹살데이(3.3), 화이트데이(3.14), 오이데이(5.3) 등 무수히 많다.
이러한 많은 기념일 중 11월 11일은 법으로 정한 특별한 날, ‘농업인의 날’이다. 하지만 ‘농업인의 날’은 여타 다른 기념일처럼 기념일의 대상인 농업인이 위로받고 감사를 받고 하는 날이 아닌, 일부 제과업계의 배만 불리는 빼빼로데이로 명명되어 농업인들은 한구석에서 씁쓸한 소외감만 느끼는 날이 되 버린 지 오래다. 11월 11일이 빼빼로데이가 아닌 ‘농업인의 날’임을 아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될까?
11월 11일은 농사의 기본인 흙을 뜻하는 ‘흙 토(土)’ 자를 풀면 ‘십일’(十一)이 되고, 이 시기가 추수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때라는 의미에서 ‘농업인의 날’로 지정이 되었는데, 이 날은 농업인의 날 하루를 기념하는 의미를 넘어 농업의 소중한 가치를 국민들과 함께 인식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올해 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양곡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양곡 소비량은 59.2㎏으로 통계 작성 후 최소를 기록하였으며, 이는 30년 전인 1989년 소비량(121.4㎏)의 절반 수준이다. 가구 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 역시 1970년 136.4㎏을 정점으로 꾸준히 감소 추세를 이어왔다. 또한 2019 양곡 연도의 가구 내 1인당 하루 쌀 소비량 역시 162.1g으로 전년보다 3.1% 줄었다. 밥 한 공기가 100g 정도임을 고려하면 하루 한 공기 반 정도를 먹는 셈이다.
최근 쌀데이(day)인 8월 18일과 더불어 ‘농업인의 날’인 11월 11일을 ‘가래떡데이’로 이름 짓고 우리쌀 소비 촉진을 위해 국민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운동들이 펼쳐지고 있다. ‘가래떡데이’는 농기구인 ‘가래’에서 유래한 설과 ‘떡이나 엿처럼 둥글고 길게 늘려 만든 토막’이라는 뜻을 담고 있어, ‘우리쌀을 적극 소비할 것’을 권장하는 일종의 사회적 함의인 것이다. 이러한 ‘가래떡데이’의 취지를 굽어 살펴 올해만큼은 빼빼로가 아닌 가래떡을 자녀들과 가족들과 친구들과 직장동료들과 나누어 먹으면 어떨까?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다음에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을 주고받는다. 이처럼 밥, 즉 쌀은 우리 국민 정서에 정(情)을 나누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주식이고, 식량안보와 공익적 기능 그리고 농업생산의 근간으로 우리 국민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이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쌀은 우리가 지켜야 하는 소중한 농산물임을 인식하고 오늘 11월 11일, 스물네 번째를 맞는 ‘농업인의 날’을 맞아 국민 모두가 쌀에 대한 더 큰 애정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린이 날’은 어린이가 가장 행복해 하는 날인 것처럼, ‘농업인의 날’ 하루만큼은 농업인들이 가장 행복해 하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