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만 갈대밭을 곁에 두고 걷는 길. 바람이 불면 갈대가 일렁이고, 그 위 뚝방길에는 형형색색의 수레국화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길.
뚝방 위를 따라 쭉 뻗은 길 옆에 흐드러지게 핀 수레국화는 낮은 키로 소담스레 피어 올라,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그 미소를 마주할 수 있다.
잘 닦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맑아지고, 발길은 천천히 자연과 하나 됨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은 ‘수레국화길’이다.
강진만생태공원의 갈대와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한폭의 수채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수레국화길은 사람들에게 소리없이 알려지기 시작한 산책로다.
강진군이 이곳에 3년 전 조성한 ‘수레국화길’ 길이는 약 1km 남짓, 하지만 이 짧은 거리에서 얻는 감동은 결코 짧지 않다.
수레국화는 국화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로, 푸른색 꽃잎이 별처럼 둥글게 뭉쳐 핀다고 해서 ‘푸른 별꽃’이라 불리기도 하며, 흔히 ‘블루 코스모스’라 불리기도 할 만큼 맑고 청명한 푸른색이 특징이다.
원래 유럽 들판에서 자생하던 꽃이지만, 그 소박하고 청초한 아름다움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다. 예로부터 독일에서는 이 꽃을 자유와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 국화(國花)로 삼기도 했다.
강진군이 이 꽃을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수레국화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병충해에 강하기 때문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사람의 손길이 닿은 듯 정갈한 느낌을 주는 이 꽃은 강진의 풍경, 그리고 사람들과 닮아 있다.
■이제는 숨기기 아까운 ‘숨은 명소’
아직은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을만큼 한적하고 조용하지만, 그 안에 담긴 풍경만큼은 이미 많은 이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는 수레국화길.
길 이름 그대로, 이 길에는 푸른빛 수레국화가 봄부터 초여름까지 가장 화려한 시기를 맞고, 이곳을 찾는 이에게 ‘감성 걷기’를 즐길 수 있도록 아낌없이 내어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 길은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도록 평탄하게 조성되어 있어,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 나들이는 물론, 어르신들의 산책 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단 농로를 겸하고 있어 가끔 오가는 차들을 조심하면 된다.
이 길을 ‘강진의 숨은 명소’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것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북적이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조용함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침이나 해질 무렵 찾아오면, 수레국화와 갈대, 하늘의 색이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강진군 관계자는 “민선8기 공약사항 중 하나인 탐진강 명품길 만들기 일환으로 조성한 수레국화길이다”며 “관계기관과 협의해 계절에 맞는 테마를 더해 꽃길을 더 조성해 볼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곳으로 가끔 산책을 나온다는 한 주민은 “지금은 한쪽 방향에만 꽃이 심어져 있는데 양쪽에 꽃길을 조성하면 더 좋은것 같다”고 말하고 “다른 품종의 꽃을 심어 사시사철 이곳을 찾을 수 있도록 조성해 나가면 새로운 명소로 손색이 없을것 같다”고 전했다.
관광명소는 반드시 화려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자연 그대로의 숨결을 고요히 간직한 곳이 더 큰 감동을 주기도 한다. 수레국화길은 바로 그런 길이다.
이 길은 기다린다. 누군가의 여유로운 걸음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감탄을.
특히 해질 무렵, 하늘이 붉게 물들고 수레국화가 황금빛 햇살에 반사될 때면, 이곳은 그 어떤 관광지보다 더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수레국화길 근처에는 강진만생태공원, 가우도 출렁다리 등 함께 둘러보기 좋은 명소도 많아, 당일치기 힐링 여행 코스로 최적이다.
잠시 멈춰 서서, 꽃을 보고, 바람소리를 듣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 그 특별한 산책을, 지금 강진만 뚝방 ‘수레국화길’에서 시작하자.
수레국화길 가는 방법은 백금포 마을을 지나 백금포유적 표시가 돼 있는 곳부터 장흥 방향 뚝빵길로 진입하면 된다.